놀러 오세요, 제주의 숲 - Take 2

뒷덕지

 

 

  일어나라는 소리도 없다. 옷을 던져주면 반쯤 눈이 감긴 채 챙겨 입고는 따라나선다. 아침 기온이 조금 쌀쌀하지만, 금방 땀을 흘릴 것을 알기에 걱정하진 않는다. 제주 주말의 아침은 늘 부모님과 함께했다. 어디로 가는지 잘 알진 못하지만, 그들의 안목을 믿기에 따라나설 뿐.

  제주는 사면이 바다지만, 오름이 참 많다. 정확히는 몰라도 365개라나 뭐라나. 이거 끼워 맞추기 아니야? 어쨌든 어디를 가나 오를 만한 등산코스가 있다는 건 참 좋다. 오늘은 ‘놀러 오세요, 제주의 숲'의 마지막 오름 안내서이다.

 


 

붉은 오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남조로 1487-73

 

  붉은 오름의 이름은 말 그대로 산이 붉다 하여 붙여졌다. 실제 오름 대부분이 화산송이로 덮여있다. 산이 그리 높지 않고 등산로가 빙빙 돌려있어 오르기 불편함이 없다. 또한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일품이다.

 


 

큰 녹고메 오름

제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138

 

  녹고메오름은 ‘큰녹고메오름'과 ‘족은녹고메오름'으로 나뉜다. 큰녹고메 정상에서 작은녹메로 이어진 길이 있어 둘 다 오를 수 있다. 아 ‘족다'는 작다의 제주 방언이다. 이름이 특이하다. 녹고메라…. ‘녹고’는 高(높을 고)의 훈독음이고 ‘메’자 역시 山(뫼 산)의 제주식 훈독음이다. 즉 높은 산 실제로는 '노꼬메'라고 부른다. 방언이 참 신기하다. 

 

  실제로 오를 때 산이 높아 정말 힘들었다. 숨이 가플때쯤 탁 트인 시야에 미소가 번졌다. 정상에서 보이는 구름 속 한라산을 잊을 수 없다.

 

 


 

석굴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 산20

 

  경주에만 석굴암이 있는가? 제주에도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에 소속된 탐방로로 농담이 아니라, 정말 힘들다. 자주 가봤지만 눈이 덜 녹아서 더 힘들었다. 산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면 스님 혼자 계시는 석굴 사찰이 있다.

 

 

  재미있는 게 아무래도 산속에 스님 혼자 계셔서인지 산 입구에 향초며 물이며 놓여 있다. 올라가는 등산객들이 하나씩 어깨에 지고 올라가면 된다. 석굴 사찰에는 다 마신 생수통들이 묶여있는데 이 역시 내려갈 때 하나씩 들고 내려가면 된다.

  메인은 석굴 사찰이 아니다. 그 앞 정자에 놓은 커피믹스가 메인이다. 등산객들을 위해 가스버너와 주전자가 있다. 깨끗한 공기와 자연 속에서 마시는 달달한 커피는 하행 길에 큰 도움이 되었다.

 

 


 

 

효명사 - 극락의 문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516로 815-41

 

  마지막으로 오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꼭 소문내고 싶은 공간이라 적는다. 바로 효명사 극락의 문이다.

 

  아름답다는 말 이상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공간. 웨딩스냅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졸졸 흐르는 물과 세월처럼 묻은 이끼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여기는 산책로여서 힘쓰며 걸을 필요가 없다. 제주를 관광하는 모두가 들리길 바란다.

 

 

 

2020/02/14 - [뒷덕지] - 놀러 오세요, 제주의 숲 - Intro

2020/02/21 - [뒷덕지] - 놀러 오세요, 제주의 숲 - Take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