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밤을 위해 -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뒷덕지

 

 

들숨에 안녕하세요, 날숨에 죄송합니다.

 

  내 삶의 처세술. 뭐가 안녕한지도, 뭐가 죄송한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얘기를 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디폴트가 되어있다. 왜 그러냐고? 그냥 그렇게 배웠다. 눈치 살살 봐가며 이리저리 박쥐처럼 붙어야 하는 삶을 보여주지만 거짓말하지 말고 착하게 살라는 ‘지금의 나’와 같은 어른들이 그렇게 알려줬다.

  나보다 강한 사람의 그림자에 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겸손한 척, 뭣 모르는 척, 눈 낮은 척, 욕심 없는 척을 해야 했다. 그래야 나의 멍청한 행동들이 덜 쪽팔릴 수 있었고 주변의 고나리질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에게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위험했다. 나중에 가서는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의 비웃음과 안된다는 말이 무서워 나를 잊어버렸다. 가짜인 척하느라 리얼 가짜가 되어버린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에 혹해 김난도의 손목에 고오급 시계를 달아주고, 노오오오오력을 안 한다는 누군가의 말에 분노하면서도 내가 진짜 미개한 게 아닐까 고민하는 나는야 대한민국의 20대. 그런 나에게 이번 JTBC의 신작 ‘이태원 클라쓰’는 빠르게 지나온 어린 과거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어릴 적부터 당연했다. 남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소신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속한 무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야 했다. 내 입장과 어긋나는 행동에 고집과 객기로 버티기엔 가진 게 없었다. 침묵해야 했다. 자존심이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눈 한번 감으면, 한 번만 쪽팔리면, 딱 한 번만 내가 내가 아니면 되는 것. 굳이 그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온갖 풍파를 다 견뎌야 하는 걸까. 그렇기에 박새로이(박서준)의 대담함이 이해가 안 되었고, 그래서 그가 정말 무서웠다.

  오수아(권나라)가 새로이를 바라보는 표정이 내 표정과 같다. 기회주의자처럼 살아온 수아에게 변치 않는 모습으로 화답하는 새로이. 반갑지만, 무섭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닮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기에 만나면 만날수록 힘들어지는 둘이다. 시청자로서 새로이의 놀라운 성장을 기대하지만, 무너지는 수아를 바라보기엔 힘이 든다. 내 미래와 비슷할까 봐 겁이 난다.

 

 

 

 


가장 강력했던 건 OST였다.

 

 

원하는 대로 다 가질 거야.

그게 바로 내 꿈일 테니까.

변한 건 없어, 버티고 버텨.

내 꿈은 더 단단해질 테니.

 

시작 - 가호 (이태원 클라쓰 OST)

 

 

  아니 이런 건방진 친구 같으니라고!! 원하는 걸 다 갖겠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대한민국은 겸손을 미덕으로 삼으며 우리의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네가 이 위치에서 그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 너는 부족하다. 한계가 있다. 다들 그러고 산다. 또 한마디 거든다. 만족하지 마라. 성장해라.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라. 장난하냐? 어느 장단에 맞추라고 지금.

 

  그런 서라운드 사물놀이급 말장난 속 혼란에 빠진 나에게 OST 속 가사는 솔깃했다. 원하는 대로 다 가지라니. 그래도 된다니. 반가웠다. 누구처럼 맹목적으로 견디라고 하지 않았다. 거만한 자세가 아니라 당연한 욕구라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 버티고 버티라고 했다. 커다란 꿈이니 그 꿈을 위해 버티고 버티어라. 살면서 그런 이야기는 아무도 해준 적이 없다. 다들 눈이 높다고 하고, 너무 허황한 걸 생각한다 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없고, 그 허황하고 눈 높은 꿈을 위해서 끝까지 버티고 버티라고 한다. 흠…. 지금 세대에게 가장 정확한 위로가 아닐까.

 

 

 

 

  새로이가 장家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려면 고군분투하며 돌진을 할 것이고,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깡패 알바 최승권, 트렌스젠더 마현이, 소시오패스 조이서와 서자 장근수 그리고 나와 닮은 오수아가 디폴트값이 부조리가 되어버린 사회 속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다양한 가치관의 교집합을 보여주는 이태원 클라쓰.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나아가는 방향이 나쁜 곳은 아닐거다. 드라마를 보며 다시한번 나의 고집과 객기의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새로이 만큼은 아니지만 그와 최대한 가까운 클라쓰를 위하여. 아닌 걸 아니라는 못해도, 아닌 걸 맞다고 하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아 물론~ 웹툰으로 이미 완결이 난 내용이지만! 필자는 웹툰을 보지 않았기에!! 단밤포차의 오픈을 매주 기다리는 중이다.

 

 

이태원 클라쓰

 

20. 01. 31 ~ 20. 03. 21 

매주 금,토  밤 10시 50분~

16부작

 

이태원 클라쓰 공식 홈페이지

이태원 클라쓰 웹툰 다시보기

 

위 모든 사진의 출처는 JTBC 공식 홈페이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