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최애는 누구인가요? PICK ME UP! It’s Show Time ~

뒷덕지

 

코로나로 방구석에 갇혀있는 나날.

오랜만에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다시 봤다.

 

처음 볼 때와 또 다른 생각이 맴돌았다.

 

 

명연기를 선보인 올리비아 콜맨

 

  핫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제쳐놓고 2019년도 저번 시상식 이야기를 해보자. 작년 2월 말 광주에서 친구 집 이사를 마치고 방바닥에 앉아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다. 운 좋게도 여우주연상 후보가 나오고 있었다. 레이디 가가가 여우주연상 후보라고 놀라는 나에게 친구는 Star is Born (Star is Born, Bradley Cooper, 2018)도 안 봤냐며 놀렸고, 나는 오스카상에 8번 도전중인 글렌 클로즈가 이번엔 과연 수상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 할 때였다. 

  그런데 왠걸, 2018년도 수상자 프렌시스 맥도먼드는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맨을 외쳤다. 오스카의 Favorite은 올리비아 콜맨이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The Favorite, Yorgos Lanthimos, 2018)(이하 더 페이버릿) 제목 그대로 여왕의 여자가 되기 위해 옴팡지게 싸우는 여우와 여우의 얘기다.

 

  이야기의 내용은 간단하다. 절대 권력을 지닌 히스테릭한 영국의 여왕 (올리비아 콜맨)이 있고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권력의 실세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와 신분 상승을 노리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욕망이 가득한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이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치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네이버영화에 적혀있다.)

 

  영화 얘기는 여기까지만. 2회차 관람을하니, 영화보다 제목에 눈길이 갔다. 우리는 왜 Favorite,가장 좋아하는~, 최애가 되려고 하는 걸까. 최근 뒤집어진 프로그램 Produce 101 이 생각났다.

 

출처 - Mnet 공식 홈페이지

 


 

 

 

  ‘프듀에서 우리(대중) 더 페이버릿의 여왕이었다. 다만 너, , 우리가 똑같은 왕일 뿐. 더 페이버릿과 달리 모든 게 내 맘대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초원아 난 널 픽했었어...)

 우리는 힘을 합쳐 누군가를 데뷔시켜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누군가를! 즉 출연진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프로그램 진행 방식도 간단하다. 출연진들은 이러저러한 노력을 하고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정해진 인원이 데뷔를 한다. 그들은 1회부터 시청자들의 최애가 되기 위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알랑방구를 뀌기 시작한다. 더 페이버릿의 에비게일과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그들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 없다.

 

  자 그럼, 데뷔를 한다고, 끝까지 궁전에 남았다고 이긴 걸까? 우리 Favorite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Favorite이 되는 것은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더 페이버릿에서도 결국 최고 권력자는 앤 여왕이었고, 아비게일의 굴욕적인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프듀도 마찬가지다. 결국 최고 권력자는 대중들이고, 그들은 데뷔를 하고도 시장경제에서 살아 남기 위해 바닥을 기어야 한다. 아비게일도 이제 발버둥을 치며 여왕의 Favorite으로 남아야 한다. 과거 여왕의 Favorite이었던 세라를 보면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게 과연 행복한 일인 것일까? 눈엣가시였던 세라를 쫓아낸 아비게일과, 최종 데뷔 멤버로 발탁된 친구들의 기쁨은 아마 비슷했을 것이다. 그 다음에 대한 두려움도 역시 비슷할 것이다.

 

 

  나의 삶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Favorite이 되기 위해 발버둥 쳤던 과거를 생각하면(사실은 현재이기도 하다) 참 창피하다. Favorite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 남아있기위해 나는 죽어라 애를 썼고, 지금도 쓰고있다.

 

  우리는 최애라는 달콤하며 끈적한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걸까? 아마 없을거다.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삶을 포기하기 싫다. 그건 너무 행복한 일이잖아. 짜릿해. 늘 새로워. 사랑받는게 최고야.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받기는 하겠지. 지금 생각나는 사람이 두명 정도있다. 사실 모르지~ 내가 그들의 Favorite일지. 알다가도 모르는 거다. 하루 아침에 바뀌는게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우린 그 하루아침에 모든 걸 걸고있다.

 

그러니 글렌 클로즈, 그대의 눈물을 닦아요. 아카데미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그대는 최애였을 겁니다, 아 물론 전 아니랍니다. 인생살이가 다 그런거죠~

 

 

 

영화와 관련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네이버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