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그게 뭣이 중헌디? – 뒷덕지의 뒷담화

뒷덕지

보편적 생각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합니다.

‘뒷담화’ 라고 누굴 비방하는 걸 기대했다면 그것은 오산.

 


 

  몇 달 전부터 MBTI(성격유형검사)가 급속도로 히트를 치고있다. 혹자는 신점(神占)보다 이게 더 정확하다는 데. 샤머니즘에 인생 바친 나도 인정하는 바다. MBTI… 늘 짜릿해. 새로워.

 

MBTI 검사를 아직 하지 않았다면 여기로!

 

  사실 처음 성격유형검사를 마치고 든 생각은 “내가 이렇다고?” 였다. 아니 내가 이런 성격이라고? 진짜?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며 천천히 내 성격에 대해읽어보고는 화가 났다. 아닌데? 나 외향적 성격인데? 그러고는 며칠 뒤 재검사.

 

  거짓말하지는 않겠다는 자존심에 다시 솔직히 답변하고 나면 조금 바뀐 퍼센트를 보며 성격이 점점 변하는 건가 착각하고, MBTI는 유사 과학이라 믿으며 개발자들이 만든 질문을 평가하고… 잠시 내 인생을 살피고… 결국 내 성격을 인정했다.

 

이것은 흡사 죽음의 5단계.

어쩌겠어, 여기 적힌 게 진짜 나랑 딱 떨어지는데.

 

  아마 내가 부정하고 분노한 이유는 발가벗은 기분이 들어서 일 것이다. MBTI에 과몰입한 게 문제일지도 모르지. 검색창에 내 유형을 적으면 관련 내용이 엄청 많이 뜬다. 궁합 잘 맞는 애인부터 절친 유형까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MBTI라는 잣대로 나를 재단하고 있었다. 몇 번 검색하니 똑똑한 구글은 유튜브알고리즘으로 나에게 팩트폭력을 가했고, 꾸역꾸역 영상을 보며 맞장구를 수도 없이 쳤다. 

 

“ 맞아, 맞아. 나 완전이래. 저기 돗자리 안 까시고 뭐 하세요! “

 

  어느 순간 MBTI는 나에게도 신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만약 내 앞에 앉은 분이 별로 라면 혼자 MBTI가 나랑 다른가 싶고. 너무 잘 맞는 사람을 만나 MBTI를 물어보면서, ‘역시 성격유형검사는 정확해’를 외쳤다. 그리고 나의 운명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MBTI를 탓하기까지…

 

  근데 이 MBTI, 빈틈이 많다. 대체로 질문들이 모호하고 답을 할 때 자기객관화의 부재가 심하다. 또 기분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실제로 심리학자들은 이 심리검사를 반기지 않는다. 내 생각에도 심리학보다는 학교 혹은 기업체 속에서 필요한 테스트란 느낌이 든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이 심리검사를한 사람이 동시에 생각할 것이다. 즉 MBTI는 마케팅 잘한 심리테스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 심리 검사에 열광하는 걸까. 그만큼 사회가 답답한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자꾸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물어보는데, 나는 그런 거생각해본 적 없고. 나이가 들어도 유년시절과 동떨어진 하루하루에 적응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결국엔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정확도는 상관없는 거지. 그냥 누가 “너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길 기다린 거잖아. 그런 배경에서 출발한 ‘밈’ 현상이라 판단한다. 

 

  예를 들면 옷 가게에 가서 바지를 입었는데 엉덩이가 조금 작어. 근데 점원이 “어 그거 원래 그렇게 나왔어요~ 핏 괜찮은데요?” 라고 말하면 ‘아~ 내가 살찐 게아니라 원래 옷이 이렇구나. 자꾸 보니 괜찮은데~’ 하며 결제하는 과정? MBTI가 이런 거 아닌가? 

  또 다른 식으로는 나는 내가 내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옆 사람이 “어 정말 사교성이 높으세요. 덕분에 어색하지 않았어요” 라고 한다면 ‘아~ 나 좀 외향적인데!’ 하는 거?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테고 그들끼리 또 다른 공통점으로 문화 형성을 하는 과정이다. 

  이제 MBTI는 젊은 세대를 정복했다. 10대들은 아이돌의 MBTI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소개에서 속속들이 들어간다. 20대도 마찬가지, 술자리에서 소소한 대화 주제로 사용된다. 과거 혈액형 테스트와비슷한 점 여러분도 발견하셨죠? 우리에게 이 심리테스트는 결국 유대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열쇠인 거다.

 

  우리에게 이 심리 검사의 정확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우린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소통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면 되는 거지. 그리고 중요한 건, 재밌거든.


덧붙여 나는 ISFP-T

 

 

밈 : 'Internet Meme', 줄여서 'Meme(밈)'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와 컨텐츠를 이르는 말.

Ex) 짤방, 주접, 패러디, 유행어 등유행 전반을 넘나드는 미디어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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