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참 맛 - 사랑해 박상영

뒷덕지

 

아래의 글에는 상당한 비속어가 섞여있습니다. 

욕설이 불쾌 하시다면 한 번만 눈감아 주셔요. 

덧붙이자면, 저는 욕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디 보자, 상영씨와의 만남을 기억하자면 작년 교양수업에서 다룬햄릿 어떠세요 꺼내야 한다. 자의 타의 반으로 시간표 맞춰 들어간 수업에서 나는 상영씨를 만났다. (물론 텍스트로)

 

  한 학기에 걸쳐 단편소설 편을 갖고 성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수업이었는데, 나는이란 단어에 눈이 뒤집혀 막연한 기대를 안고 수업을 갔다. 그런데 웬걸, 여긴 성이 아니라 사랑을 가르치고 있었다. 

 

  큰 실망을 , 드라마 쪽대본 읽듯 교수님이 읽고 오라는 책을 싸발싸발 거리며 읽는 안에 상영씨가 있었다.  16 정도 되는 짧은 소설을 읽고 읽으며 상영씨가 전해주는 실패와 절망에 대한 사랑을 곱씹었다. 상당히 같은 경험이었다. 아니 실패하고 자멸하는 이야기를 나한테 읽으라고 하고 지랄이야. 당시 복학생 뒷덕지는 세상이 아름답기만 했었나 보다. 정확히 내로 실패와 절망에 대한 사랑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떻게? 

 

 

영화를 찍었거든.

 

  19 5 정신없이 영화를 찍고 나서 흠집이 렌터카의 수리비를 물어준 집에 새벽 내내 울었다. 재밌는 엉엉 울며 내가 우는지도 모른다는 . 나는 이번의 헤프닝으로 뭔가를 배울 알았는데, 개뿔 영화는 실패했고, 나는 돈을 날렸다. 시나리오부터 쓰레기였으니 말은 없지. 나는 깊숙이 열등감이란 우물을 팠다. 진짜 이것도 웃겨, 누구를 향한 열등감인지도 모른 삽질을 했다. (아직도 모르는 인생이 코미디, 어쩌면 세상이 나의 적일지도)

 

  베갯잇을 눈물 콧물로 가득 적시고 나니, 박상영 작가의햄릿 어떠세요 생각났다. 번의 데뷔를 실패한 주인공’.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실패일 뿐이라고 믿는 그녀가 생각났다.

  그렇다. 나는 실패했고, 이건 인생에 딱히 타격감 없는 일련의 사건일 뿐이야. 마음이 가벼워졌고, 아마 냉장고에서 꺼내 먹은 기억이다. 지랄 염병을 해도 다음 수업을 가야 했고, 성과 사랑 조별과제 발표가 주였기 때문에.

 

  생각해보면 안전사고도 없었고, 모든 순탄하게 진행했다. 처음 연출을 맡는 작품에 촬영 감독까지 맡았으니 정신 없을 했고, 그거에 비하면 결과물이 창피하지만 맘에 든다. 근데 이건 지금 생각하니까 그런 거고 그땐 절망이었다고.


 

  박상영의 소설에는 항상 주인공들이 실패를 확인하고 증명한다. 그들은 실패를 받아들이거나 인정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그들은 실패를 존재시키는 목숨을 건다. <햄릿 어떠세요>에서 마찬가지고, <재희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마찬가지다. 작품 속에 인물의 성장이나 그런 딱히 없다. 그의 작품 모든 실패 존재의 증인이다.

 

그럼 궁금증. 실패인가.

 

  인간이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 행복을 골라낸다면 아마 범주에는 성공, 승리 같은 들어있겠지. 그러니 우리는 힘든 인생을 극복하기 위해 달달한 해피 엔딩의 소설책을 골라내는 아니겠는가? 요새는 위로해주는 글이 대세던데? 출판 업계에선 그게 돈이 된다는 거지. 사탕 발린 마디면 인세가 통장 가득 쌓이는데 상관? 

 

  그런데 박상영은 실패를 택한다. 그러곤 인생사의 쓰디쓴 거기에 매운맛까지 아주 버무리기 위해 아주 가벼운 어투를 골랐다. 술자리 안줏거리 마냥 아주 가볍게 실패를 논하도록 판을 것이다. 실패가 얼마나 슬픈데! 그걸 가볍게 말하다니.

 

  그러고 나서 악마와 다름없는 작가는 주인공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도망갈 없게 울타리를 굉장히 촘촘히 설치한다. (여기까지 오케이. 일반 소설의 맥락과 비슷하다) 이제 주인공이 울타리들을 허들 넘듯 넘어 버리면 되는데! 상영 작가의 주인공들은 울타리를 넘질 않는다. 울타리가 스스로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무너지면 건너고, 무너지지 않으면내가 그렇지 하며 그냥 거기 주저앉는다.

 

  슬슬 반응이 온다. 이건 나의 일기장인 건가 하는.

누가 삶을 여기다가 옮겨 놨지?

이거 표절 아닌가요?

/

정말다들 이러고 사는 건가요?

 

  박상영 작가는 재밌는 사건을 보여주기 보다는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순간의 감정 결을 아주 면밀히 읖조린다. 후루룩 지나가는 마음의 잔상을 가장 위트있는 목소리로 짚는다. 그러기에 실패가 실패 같지 않고, 마치 아주 작은 흠집정도로 느껴진다. 그러니 독자들은 혹독한 현실을 더 가볍고 쉽게 생각하게 되고, 어떤 실패든 이겨낼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게 긍정적인건지는 따져 봐야겠지만~

 

  특수성은 있다. 그의 주인공은 대부분 소수자기에(물론 아닌 작품도 많다) 다양한 상황들을 공감하기 위해 한술 상상을 해봐야 하는 ? 그걸 재미라고 하자면 재미라고 있겠지.

  하지만 특수성보다 보편성이 강하기에 그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조상님들의 지혜인웃음으로 눈물 닦기 시전하는 그의 책을 읽으면 거울을 보는 같다. 주제 파악을 하게 해주는 그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감사인사를 보낸다.

 

 

이제 나도 실패는 실패일 ,

다음 코스로 넘어가면 된다는 기억할 것이다.

세상 모두가 실패한 삶이라 손가락 해도 딱히 노상관.

 

, 실패해도 죽는 아니니까. 

 


윗글은내가 나의 실패에 대해 말하겠다전기화비평문을 참고하였습니다.

원문보기 : https://webzine.munjang.or.kr/archives/143205

 

최근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2020, 한겨레출판사)> 출간되었습니다.

 

매운맛보단 순한 맛을 원하신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반말 미안해, 사랑해 박상영, 너밖에 없어, 앞으로도 많이 써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