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달이 났다 –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뒷덕지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진짜 이러기야?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콩나물 국밥 한 그릇 때리고 한옥마을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다솔씨, 기억나시죠? 제 말 듣고 계신가요?

 


 

  처음 간 국제영화제에 압도당해 영화관을 잘못 찾아 5분 놓치고, 센치한 영화 한 편에 마음이 적적-해서 맥주 캔 하나 들고, 하천 따라 한 시간을 걸었던 기억. 맞어 그땐 그랬어. 진심 후회했지. 봄인지 여름인지 헷갈리는 날씨를 기쁜 마음으로 즐겼던 작년의 전주. 아마 그땐 현실 도피성 여행이기도 해서 더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번 해는 아쉽게도 전주에 갈 수가 없다.

 

  코로나 19의 여파에 설마설마하더니 결국엔 사달이 났다. 한 달을 미뤄 봤지만, 해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취소되는 것인가! 물거품되어버린 내 전주 초코파이와 스파게티 아이스크림이여 안녕. 

 

  물론 나만 아쉬운 게 아니겠지. 영화제에 상영작으로 이름 올린 수많은 감독과 배우들, 스텝들도 아쉬움을 숨기기 어려울 것이다. 과연 치열하게 찍어낸 소중한 작품들을, 우린 만날 수 없는 건가? 감사하게도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OTT 회사 WAVVE와 손을 잡고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정말? 진짜다. 뭔가 의아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진행이다. 심지어 개막식은 YOUTUBE 생방송으로 진행된다고. 어쩌면 영화제가살아남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기존의 영화제들은 곤란한 상황이 많았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티켓팅을 못해 보지 못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였으며 일반 관객 또한 피 튀기는 티켓팅에 좋은 작품을 놓칠 때가 많았다. 매년 놓치는 영화가 얼마나 아깝던지. 독립영화는 어디서 잘 보여주지도 않는다. (여담이지만, 감독님들 제발 영화 좀 풀어주세요… 단편 덕후는 오늘도 웁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번 온라인 상영은 영화제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준다. 물론 진행 상황을 보며 호불호가 갈릴 테지만 말이다.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먼저 상영의 공간이다. 현재 많은 OTT 회사들과 다시보기 사이트에서 편히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장에서 보는 것만큼 좋은 상황이 될까? 제한된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대형 스크린으로 또 완벽한 사운드로 영화를 보는 경험과 작은 화면으로 자유롭게 보는 경험은 차이가 클 것이다. 뭐가 좋고 나쁘고떠나 영화관이 아닌 이상 디바이스마다 출력이 달라 이미 다른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같은 영화를 보고도 관객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또 새로운 해석을 낳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영화제 진행방식과 비교했을 때 우려가 된다. (실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들만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영화관에서 작품을 본다고 한다)

 

  둘째로 가격. 보통 영화제 티켓 가격은 편당 7,000원 내외다. 단편일 경우 4 작품 정도를 모아서 상영한다. 이번 온라인 영화제에서도 편당 가격은 7,000원 (24시간 시청 가능). 가격에 의문이 간다. 영화관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내 방에서 내 기기로 시청을 하는 데 똑같은 가격을 낸다? IPTV 개봉 영화도 실제 영화 티켓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를 하는데? 근데 여기는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한 작품을 구매하여 여러 명이 동시 시청을 한다면? 그럼 7,000원은 인원수로 쪼개질 것이고, 물질적인 영화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참 곤란한 문제다.

 

  마지막으로 불법복제의 위험. P2P 사이트에 거래되는 불법복제 상업영화들. 아무리 막아보려 애를 써도 화수분처럼 튀어나온다. 이번 온라인 영화제에서도 단연 걱정되는 부분이다. 당연히 WAVVE에서 애를 쓰겠지만, 수많은 디지털 기기마다 복제 방지 프로그램을 맞춰 만들 수도 없을 것이고 할 놈은 해버리는게 현실이다. 

 

  아마 이런 상황때문인지 아님 더 극한의 일이 있는지, 온라인 영화제는 반쪽짜리다. 오프라인 상영작이 176편, 온라인 상영작이 그중 98편. 근데 온라인으로만 상영하는 작품도 있고… 복잡하다.

 

  그런데도! 현재 상황을 생각했을 때 온라인 상영만큼 적당한 방법이 없다. 관계자 여러분 저도 이해합니다 여러분의 어려움을. 그러기에 나는 내 자취방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즐겨주겠다. 시간도 많겠다, 총알도 채웠겠다. 그럼 써야지! 감사하게도 이번 작품들에 반가운 이름이 몇 개 있다. 그들의 영화가 얼마나좋은지도 알고 있다. 그러니, 영화제에 이름을 올린 영화인들을 생각하며 마구 긁어 주겠어! 여러분도 관심이 간다면 전주국제영화제의 명성을 한 편 정도 느껴보시길. 

 

 

 

제21회 전주 국제 영화제

2020 / 5 / 6 ~ 2020 / 9 / 20

5/28 ~ 6/6 

온라인 상영 (WAVVE)

주의사항

 

6/9 ~ 9/20

오프라인 장기 상영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 외 전주 ‘영화의 거리’ 상영관 일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개막식

5/28 

https://www.youtube.com/user/jiffmedia


온라인으로 상영되는 작품이 제한적입니다. 

꼭 상영작 리스트를 확인하세요. 

두 번 확인하세요. 

 

이번에 유튜브를 통해서 온라인 프로그램도 

정말 많이 하니까 꼭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랑해요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