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만으로도 만족 - 뒷덕지의 뒷담화

뒷덕지

보편적 생각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합니다.

뒷담화 라고 누굴 비방하는 걸 기대했다면 그것은 오산.

 


 

 

군 전역 두달 전, 동기가 나에게 물었다. 

 

나 전문하사 할까.”

 

  이 돌아이가 머리 속으로 또 무슨 꿍꿍이를 하는 걸까 했지만 동기의 고민은 사뭇 진지했다. 속세와 단절하고 강원도 산골에 들어와 군생활을 하고 있는 와중에 그런 고민이라니. 상당히 가치가 없었다. 한 삼일 정도면 사라지는 싱숭생숭함이라 생각했지만 그 친구의 고민은 꽤 길었다. 거의 이주동안 침대 머리맡에서 중얼중얼 대던게 기억이 난다. 그때는 몰랐다동기가 스스로 더 명확한 미래를, 자신의 가치를, 쓸모 있는 존재로 가기위한 발걸음을 배웠다는 걸.

 

  그래서 했냐고? 아니. 전역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떠나더라. 뒤도 안돌아보고.

 

  그래도 그 몇주간 친구는 진지했다. 어차피 하지도 않을 건데 무슨 고민만 몇날며칠인지. 실질적으로 그 친구는 전문하사 진급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희망찬 미래를 계획했다. 나도 마음 먹었다 그 친구처럼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야겠구나!

 

 

 

  하지만 나의 고민은 전역하자마자 미시적 관점으로 변했다. 미래라는게 생각보다 멀리있는 게 아니니까. 순간순간이 현실이자 미래였다. 나에게 고민은 돌잔치에서 명주실을 잡을 지, 판사봉을 잡을지가 아니었고, 초등학교 게시판에 의사요 검사요 붙이는 게 아니었다. (그때가 좋았지 내 꿈은 과학자였다. 전기 자동차가 그땐 없었거든) 

  왜냐! 그런 고민은 내 눈에 보이지가 않아요. 내일 아침밥이 실질적 내 눈 앞의 고민이랍니다.

 

  나도 안다. 그런 고민만으로 살아가서는 안된다는걸. 내일 먹을 밥도 중요하지만 5년뒤 10년뒤도 결국엔 내 미래라는 걸. 

또 하나 알고있다. 지금의 나에게 그런 거시적 고민의 존재가 어렵다는 걸.여기는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는 군대도 아니고, 동기처럼 내 미래가 그려지지도 않는데 어떡하라고.

 

  그럼 계획이 부족한 나는 손가락 빨면서 가만히 앉아있어야 할까. 처음엔 그래야될 줄 알았다. 그러다 한 살 어린 동기의 성장을 떠올렸다. 고민이라도 해야한다는 걸. 그걸 실제로 실행하든 하지 않든, 고민을 해야할 가치를 깨우쳤다.

 

 

  예시를 들어볼까. 먼저 나는 고민한다, 컵라면을 먹을지 끓인 라면을 먹을지. 동시에 고민한다, 밤마다 늦게오는 동생에게 한 마디를 할지 가만히 놔둘지. 두가지 고민에서 출발해보자.

컵라면은 편하지만 맛이 부족하고, 끓인 라면은 설거지가 귀찮지. 동생은 그저 술이 아닌 친구의 고민을 들어줬을지도.’ 

  나는 맛과 노동을 비교하고 동생의 상황에 대한 배려를 생각했다. 이게 뭔가. 바로 성장이다.

 

  하나 더 들어보자. 조별 과제가 삼천포로 굴러가는 상황에서 내가 오지랖을 발휘해 조장을 갈아치울까, 아님 무난히 이 시련을 버텨볼까. 나는 내적 리더십과, 한국사회의 필수조건인 겸손을 고민했다. 요것도 성장이지 뭐~ 

 

  이게 어떻게 성장이냐고? 에이 성장이 꼭 거창해야하나. 크림 스파게티와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중 뭘 좋아하는 지 안 것 만으로도 성장이고, 팀플 과제로 내가 소극적 성격인 걸 안것도 성장이지 뭐. 내 생각으론 우리 삶은 그렇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결국 나의 작은 고민들이 결국 나를 성장시. 

누군가는 쓰잘머리 없는 생각이라고 하겠지만 그게 나를 만든 게 분명하다.

 

나에게 쓸데 없는 걱정은 있어도, 쓸모 없는 고민은 없다.

확신한다, 고민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지만 성장 할 수는 있다고.

 

그러기에 고민만으로도 만족!